광복절 뜨거운 오후 3시, 황금 연휴에 찌는 더위를 뚫고 남성해방을 만나기 위해 노무현시민센터로 남녀노소 스물 댓명이 모였습니다. (10대부터 70대까지, 남녀 반반, 진짜루, 남.녀.노.소.^^)
네덜란드로 날아가서 유럽의 남성성교육도구 이매진 툴킷을 산지직송한 (사)젠더교육플랫폼효재 황금명륜 원장님이 [남성 해방]을 더 깊이 이해할 수 있도록 미니 워크숍으로 진행해주셨는데요. 참가자들은 두 시간도 아쉽다며 다음을 기약했습니다.
서로를 이해하게 되고, 남성성에 대한 생각이 깊어진 이날 워크숍에서 가장 인상적인 장면은 맨박스를 체험한 것이었는데요. 살짝 볼까요?
"진짜 싸나이라면 이래야 돼"라고 말할 때 '이래야 되는 남자다움'은 무엇일까요? 포스트잇에 써서 상자에 붙여봤습니다. 이날 참석자들이 떠올린 '남성성'을 단어구름으로 만들었어요. 자신의 생각과 일치하는 게 있는지 찾아보세요. 지금 떠오른 단어를 추가해보는 것도 좋아요.
"남자가!"라는 상자에 갇힌 40대 여성 자원자는 상자 속에 앉아 있자니 남자다워지라는 말을 듣는데 숨이 막히더랍니다. 그이는 "아무데서나 막 벗어도 되고, 힘 세면 막 때려도 되고, 저희 때는 밥도 먼저 먹었"던 남자들이 부러워 다시 태어나면 작더라도 남자로 태어나고 싶었다죠. 그런 그이가 생각지도 못한, 남자들이 '남성성'을 강요 당하는 말을 자꾸 듣게 되는 상황을 잠깐 겪는 동안 많이 불편했나 봅니다.
"힘도 세야 하고, 울지도 말아야 하고, 자신감도 있어야 하고, 뒤끝도 없어야 되고, 공동묘지도 혼자 가야 되고... 하. 정말 남자들도 이런 말 듣고 살아내기가 힘들겠구나... 여자도 힘들지만, 남자들도 숨 막히겠다... '그런데 나는 이런 사람이 아닌데, 어떡하지? ' 이런 생각이 들었다."
남성성이란 무엇일까요?
예를 들어 "자신감"은 남성성을 대표하는 단어인데요. 남자만 있는 것도 아니고, 남자라고 모두 다 있는 것도 아니고, 평생 유지할 수도 없고, 그러고 싶지 않은 사람도 있어요. 그런데 문제는 남자라면 언제나 어디서나 누구에게나 있어야 한다고 강요한다는 거죠. 그게 모자르거나 없거나 싫은 남자들을 낙오자 취급을 하는 게 문제라는 거예요. 남자다우라고 강요되는 특성들은 그저 개인적인 특성일 뿐인데, 남자가 남자답지 못하면 실패한 루저가 되고, 여자가 남자다우면 성공한 독한 년이 되는, 현실에서 위계로 작동하는 문제가 발생한단 말예요.
하지만 한 사람에게는 남성성과 여성성이 모두 있잖아요. 이걸 각자 자신의 선호와 경험과 조건 등을 고려해 스스로 선택해서 결국 '나답게' 살 수 있게 "남성성에서 해방되자", 그래야 "남자들이 인간답게 살 수 있다"는 게 [남성 해방]에서 말하고자 하는 바라고 생각해요. - 황금명륜
광복절 더위만큼이나 치열했던 참가자들의 고민을 느끼셨나요? 눈물과 웃음, 감동과 배움이 함께 했던 자리였습니다. 참여하신 모든 분들께 감사의 인사와 뜨거운 박수를 보냅니다.
[남성 해방]은 언제나 여러분 곁에 있습니다. 서점에서는 집으로 델꼬 오시고요, 도서관으로는 신청해서 델꼬 가주세요.
더운 여름, 이 또한 지나가리라. 언제나 이 글을 읽는 당신의 건강과 행복을 빕니다. 뜬금없이 안부를 묻고, 다시 언제고마 기약도 없이 노닐다, 편지할게요^^